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건강/마음건강

강박증, ADHD, 틱– 왜 못 참느냐고요? 그게 안 되는 뇌거든요ㅜㅜ

by eire-ne 님의 블로그 2025. 2. 22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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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틱이 있는 아이에게 ‘그만해!’라고 말하는 건, 재채기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아요.”
“강박증이 있는 아이에게 ‘그냥 신경 끄면 되잖아’라고 하는 건, 계속 울리는 알람을 듣고도 못 들은 척하라는 것과 같죠.”
“ADHD는 마치 네비게이션 없이 복잡한 도심을 운전하는 것과 비슷해요.”


이런 말을 듣고도 "그렇다고 해도 참을 수 있는 거 아니야?"라고 생각하신다면...

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.

강박증, 틱장애, ADHD는 각기 다른 병처럼 보이지만, 사실 같은 뇌 부위에서 문제가 생긴 겁니다.
우리 뇌에는 전전두엽(집중과 조절 담당), 기저핵(운동과 습관 담당), 그리고 시상(정보 필터링 담당)이 있는데, 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흐르면서 증상이 나타납니다.

✔ 틱(Tic) – 내 몸이 내 맘대로 안 되는 이유

기저핵이 움직임을 억제하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불필요한 동작(운동 틱)이나 소리(음성 틱)가 튀어나옵니다.

당연 본인도 멈추고 싶지만, 멈출 수 없습니다.

✔ 강박증(OCD) – 머릿속 알람이 꺼지지 않는 이유

전전두엽과 기저핵이 너무 활발하게 연결되면서 특정 생각(강박)과 행동(강박행동)이 반복됩니다.

머릿속에서 ‘손을 안 씻으면 안 돼’, ‘이걸 확인해야 해’ 같은 생각이 계속 울려대는데, 이걸 끌 방법이 없습니다.

✔ ADHD – 주의가 이리저리 흩어지는 이유

전전두엽과 기저핵이 원활하게 연결되지 않아서 집중이 어렵고 충동 조절이 잘 안 됩니다.

중요한 정보와 중요하지 않은 정보가 동시에 들어오고, 정리되지 않습니다.

그러니까, ‘그만해!’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에요.

사람들은 흔히 “왜 저걸 못 참고 계속해?”라고 생각합니다.
하지만 이건 마치 근시가 있는 사람에게 “눈 크게 뜨면 잘 보이잖아”라고 하는 것과 같아요.

✔ 강박증이 있는 사람은 본인도 생각을 멈추고 싶습니다.
✔ 틱이 있는 사람은 본인도 몸이 덜컥거리는 게 싫습니다.
✔ ADHD가 있는 사람은 본인도 집중을 잘하고 싶습니다.

하지만 신호를 조절하는 뇌 회로가 그렇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, 단순히 ‘못하게 한다고 멈출 수 있는 게 아닙니다.’

오히려 억누를수록 스트레스가 커져서 증상이 더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.

강박증이 있는 아이의 주먹을 잡고 ‘하지 마’라고 하면?

예를 들어, 강박증이 있는 아이가 불안할 때마다 주먹을 세게 쥐는 습관이 있다고 가정해볼게요.
부모 입장에서는 그 모습이 불안해 보이니까, 아이의 손을 잡으면서 “하지 마!”라고 할 수도 있겠죠.

그럼 아이의 머릿속에서는 어떻게 반응할까요?

❌ “주먹을 못 쥐니까 불안하다” → ❌ “더 쥐고 싶다” → ❌ “어떻게든 해야 한다”

결국, 부모가 주먹을 펴줘도 아이는 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되고, 더 불안해지거나 다른 강박 행동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. 이런 식으로 강박 행동을 억누르면 불안이 더 커지고, 다른 형태로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아요.

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억지로 멈추게 하는 게 아니라, 불안을 줄이는 방법을 함께 찾는 것입니다.
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?

가족과 친구가 할 수 있는 것

✔ “하지 마” 대신 “괜찮아”

틱이 있는 아이에게 "그만해!"라고 하면 아이는 더 불안해지고, 틱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요.

강박증이 있는 사람이 어떤 행동을 반복한다고 해도, 바로 멈추게 하기보다 “지금 불안해? 뭐가 신경 쓰여?”라고 물어보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.

✔ 불필요한 감시와 지적은 줄이기

강박증이 있는 가족에게 “너 또 확인하니?”라고 하면, 오히려 확인해야 한다는 불안이 더 커질 수 있어요.

ADHD가 있는 친구에게 “왜 또 집중 못 하냐?”라고 하면, 자신감을 잃고 더 산만해질 수도 있어요.

✔ 편안한 환경 만들기

틱이 있는 사람은 조용한 곳에서 증상이 줄어들 수 있어요. 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만 강박행동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. 학교나 학원에서 엄청 참았을 테니, 집에서는 "혼자 있는 공간"을 확보해 주세요.

ADHD가 있는 사람은 방해 요소를 줄이면 집중하기 쉬워집니다.

✅ 당사자가 할 수 있는 것 – 감추지 말고 말하기

억지로 숨기려 하지 마세요.
사실 틱, 강박, ADHD는 감춘다고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. 오히려 “나는 이런 특징이 있어”라고 말하는 게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.

✔ 틱이 있다면?

“가끔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이거나 소리가 나올 수 있어.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대해주면 좋겠어.”

✔ 강박증이 있다면?

“내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이 계속 떠오르는 건데, 그냥 두면 불안해서 나도 어쩔 수 없어. 그래서 이런 (중화)행동을 하는 거야”

ADHD가 있다면?

“나는 한 가지에 오래 집중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, 대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아.”

이렇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.


약물치료, 꼭 해야 할까?

사실 경미한 경우라면 생활 습관 개선이나 행동 치료만으로도 증상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.
하지만 증상이 심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,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.

✔ 틱이 심해서 아이가 수업을 듣기 어려운 경우
✔ 강박증이 심해서 씻거나 확인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경우
✔ ADHD 때문에 학교나 직장에서 집중이 어렵고,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

이런 상황이라면, 약물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부작용보다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더 큽니다.

💊 틱 치료제: 신경전달물질 균형을 맞춰서 증상을 줄여줍니다.
💊 강박증 치료제(SSRI 등): 뇌에서 ‘불안 신호’를 줄여줘서 강박 행동이 줄어듭니다.
💊 ADHD 치료제(메틸페니데이트 등): 집중력을 높여주고, 충동을 줄여줍니다.

물론 모든 사람이 약을 먹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, 증상이 심해서 일상에 영향을 준다면 전문가와 상담 후 약물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.

성인이 되면 저절로 좋아질까?

✔ 틱 장애: 많은 경우,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좋아지지만, 일부는 성인까지 지속될 수도 있습니다.
✔ 강박증: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되는 경우가 많지만, 증상을 수용하는 방법을 익히고, 치료를 받으면 완화될 수 있습니다.
✔ ADHD: 일부는 성인이 되면서 증상이 줄어들지만, 여전히 집중력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.

즉, 세 경우 모두 저절로 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,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증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.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올바르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.

결론: 문제는 ‘못 참고 하는 게 아니라, 못 멈추는 뇌’에 있다

강박증, 틱, ADHD는 ‘특이한 성격’이 아닙니다.
더구나 ‘노력 부족’이나 ‘예의 문제’도 아닙니다.
그냥 뇌의 신호가 그렇게 작동하는 겁니다.
그러니까 ‘못하게 한다고 멈출 수 있는 것’이 아닙니다. 억지로 숨기기보다, 서로 이해하고 도와주면 훨씬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.

이제, ‘왜 못 참고 그러냐’ 대신 ‘그럴 수도 있지’라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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